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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과 가래의 외출
2010년 12월 23일 (목) 21:49:27 장석정(기독교학과) kdunp@hanmail.net

  인문관의 입구로 들어온다. 발을 딛는 곳을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다가는 누군가 뱉어놓은 침과 원하지 않는 도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들이 불투명 물감처럼 쏟아져 있는 주요 지점들을 간신히 빠져나오면, 이제는 가래들이 자신들의 주 무기인 끈끈한 몸을 드러내며 나의 신발을 노리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눈을 크게 뜨고 기회를 엿보던 이 가래들 위에 신발이 착지될 수 있으니 온 몸을 긴장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는다. 온통 지뢰밭이다. 침과 가래의 포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정신을 차려 본다. 여기는 분명 대학교이고 이 건물은 인문대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의동인데, 왜 이렇게 침과 가래가 사방 천지에 널려 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입에서 분출된 이 액체는 날이 갈수록 그 점유면적을 넓히면서 나의 안전한 보행구역을 침범하고 있는 중이며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침은 침샘으로부터 입 안으로 분비되는 분비액이다. 침의 성분은 99% 이상이 물이며, 1%도 안 되는 성분에는 구강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전해질들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과 단백질들, 그리고 다양한 효소들이 들어 있다. 따라서 침은 우리 입 안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침은 입 밖으로 배출되기 보다는 입 안에 있어야 우리 건강에 이로운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침은 외출을 나와 있고, 아마도 그것은 침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침의 주인인 사람의 강제력에 의해서 입 밖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폐에서 울대에 사이에서 생기는 점액성 분비물을 가래라고 하는데 기침을 할 때 밖으로 배출된다. 보통 가래의 색을 보고 병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니, 가래는 정상인에게는 생기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몸 안에 있을 수 없고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지만, 그 자체가 건강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유해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래는 화장실에서 깨끗이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예절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인문관에서 이런 가래들의 널브러진 모습을 너무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비관적인 마음까지 들게 한다.

  아무리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부지런히 청소를 해도 사람들이 내뱉는 침과 가래를 다 치울 수는 없다. 담배꽁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문관의 입구를 점령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집게로 치울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침과 가래는 어떻게 치울 것인가? 아침마다, 혹은 이 건물을 들락거릴 때마다 그것들을 대면하고 느끼는 불쾌감은 이미 최고조에 이른지 오래 되었다. 이 액체들을 분출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 자신들도 이것을 보고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자신들까지도 기분 나쁘게 하는 이 액체들을 제발 화장실에서 처리하자. 그래서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우리 관동대학교를 깨끗이 보존하자. 마치 환경운동가의 발언처럼 생각되겠지만, 이런 일들조차 우리 관동인들이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우리 사회를 위해 막중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건물 입구에 들어설 수 있는 날을 속히 오게 하는 것은 우리 모든 관동인들의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구 발걸음을 내딛어도 신발에 묻어나는 이물질들이 아무 것도 없게 되는 그런 시절이 하루 속히 올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학교는 발자국을 떼는 것에 조심하느라고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되는 곳이며, 그 시간을 아껴서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면서 학문을 연마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침과 가래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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