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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문화 탐방을 마치고
2010년 11월 10일 (수) 18:14:37 이윤일 교수 kdunp@hanmail.net
 

방학 중 학생들을 인솔하여 15일 간 해외 문화 탐방 일정을 소화하고 무사히 귀국하였다. 런던과 파리는 이만저만해서 익히 아는 도시라 크게 감흥이 나지 않았지만, 처음 본 스위스의 최고봉 융프라우 요흐의 숭고한 자연미와,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폼페이, 나폴리 등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문화 유적들에 각별히 큰 인상을 받았다. 유럽의 긴 역사가 고스란히 아로새겨진 고색창연한 건축물과 미술관의 이름난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여행과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의 철학적 의미를 심도 있게 살핀 사람으로서는 여행을 실존적으로 분석한 키에르케고르와 현상학적 시각에서 여행을 바라 본 레비나스가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온갖 모험을 겪은 후에 고향으로 귀환하는 오딧세우스의 여행과 고향을 떠난 후 다시 돌아가지 못한 아브라함의 여행을 자신의 실존 철학의 입장에서 대비시킨 후 아브라함의 여행에 후한 점수를 준다. 불안과 고독은 실존 철학이 특별히 강조하는 개념이다. 오딧세우스는 여행 중 아무리 많은 고난을 겪어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은 귀환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아브라함의 여행은 처음부터 자기 삶의 터전이었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부평초같은 인생의 덧없음과 근거 없음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과 고독이 뒤섞인 여행이었다는 것이다.

흔히 여행은 일종의 구도의 과정이라고들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정적으로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여행의 현상학적 의미가 고스란히 다 드러나지는 않는다. 레비나스는 “우리는 마치 여행을 하는 것처럼 인생을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여행에는 신기한 것을 보았다는 즐거움,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앞으로 보게 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 그리고 동경도 있지만 그 여행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떠나올 때 두고 온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하고, 미진하게 남겨 놓은 일에 대한 아쉬움도 있으며, 익숙한 환경에서 안온하게 지냈던 집에 대한 향수도 있다.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는 등, 여행을 하면서 겪는 크고 작은 불편하고 짜증나는 경험도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하나의 여행을 구성한다. 우리의 부침하는 인생이 그렇듯이 말이다.

한편, 한자에는 본다는 뜻을 가진 여러 단어가 있다. 규(窺) 사(覗), 견(見), 시(視), 간(看), 관(觀)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견은 수동적으로 보는 것이고, 시는 능동적으로 보는 것이다. 간은 스쳐 지나가면서 보는 것이고, 관은 개념적으로 가장 깊이 보는 것이다. 본래 본다는 것은 유기적인 생명체 중 능동적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동물만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요,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을 감별하고 자신의 행동 공간을 측정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유기체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긴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보는 영역의 확대는 당연히 자기 보존의 확대와 직결되며 생존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를 인간의 여행에 적용시키면, 여행은 본다는 것의 문화적 확장으로서 우리의 문화적 감수성을 살찌우고 궁극적으로 자기 보존과 자아 실현에 일조하는 것이다.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Saper vedere."라고 갈파하였다. “볼 줄 안다.”는 뜻의 라틴어이다. 이 말은 개념적으로 깊이 본다는 한자어 관(觀)과 일맥 상통한다. 볼 줄 안다는 것은 한낱 본능이나 이미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부단한 훈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볼 줄 아는 안목을 미리 갖추는 것은 제대로 여행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다음 번 해외 문화 탐방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지리학, 서양사, 미술사 등을 미리 공부하여 더 많은 것을 볼 줄 아는 깊은 안목을 얻고 그를 통해 나름의 개성적인 여행관을 정립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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