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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무소유’ 부르는 게 값
출판사에선 스님 뜻 따라 절판…중고서점서 15만원 호가도
2010년 04월 15일 (목) 02:30:12 이상언 polaris3030@nate.com

 
   
‘무소유’ 정신을 전파한 법정 스님의 입적이 소유욕을 증가시키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기를 부탁한다.”는 법정 스님의 유언이 전해지면서 서점가에서는 스님의 책의 품위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1976년 첫 출간된 이후 330만부 넘게 팔려나간 『무소유』를 낸 범우사가 스님의 뜻을 존중해 더 이상 책을 내지 않기로 하는 등 실제로 절판에 들어가자 “일단 사 놓고 보자”는 충동 구매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법정 스님이 창건한 서울 성북동 길상사 사찰 내 도서관에 『무소유』 등 법정 스님의 모든 저서를 전시해 이용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도서관에는 법정 스님의 친필 서명본은 물론, 고 김추환 추기경, 이해인 수녀 등 스님과 가까이 지냈던 지인들이 스님에게 선물하며 쓴 헌사가 남아 있는 책들까지 비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법정 스님 입적 이후 19일까지 ‘알라딘 중고샵’에서 스님의 책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298건이 거래됐다.

그 가운데 법정 스님 대표작 『무소유』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거래가 많이 성사됐다. 11∼19일 평균 거래가는 새 책 정가인 8000원의 6.35배인 5만800원에 달했다. 특히, 19일 오후에는 최고가인 7만7000원에 거래됐으며, 일부 판매자는 15만원대에 책을 팔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도 이미 법정 스님의 책들로 가득 찼다. 한국출판인회의가 12∼18일 전국 주요 서점 11곳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법정 스님의 신간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가 정상을 차지했고,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한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등 다른 책 7권이 20위 안에 들었다. 교보문고에서는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전시된 법정 스님의 책들마저 바로 팔려나가 진열대가 텅 비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스님께서는 스님 당신의 책을 소유하려는 이 아이러니를 하늘에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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