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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11일 (목) 22:36:20 황 루 시(미디어문학) hrushi@hanmail.net
 

  올해도 어김없이 입학식 날 눈이 내렸다. 눈이 그친 뒤에도 바람이 몹시 불고 날이 추워져 안 그래도 집 떠나온 신입생들의 마음이 움츠러들까 걱정이 된다. 사실 강릉은 해양성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엔 따뜻하지만 봄이 되면 갑자기 추워진다. 4월에도 뜻밖의 눈이 내려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기도 하니 신입생은 겨울옷 한 벌쯤 챙겨놓는 편이 좋을 것이다.

 꽃 봄 추위는 어쩌면 맘 시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하게 시작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상쾌해진다. 시작은 언제라도 가슴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기대와 두려움 속에서 시작하는 새 학기, 신입생과 늘 신입생 같은 마음을 간직한 재학생들을 위해 대학이란 무엇인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철이 나지 않으면 어린 아이라고 여겼다. 자연의 나이와 상관없이 인격적 성숙이 어른의 우선되는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옛날이야기 속에는 현명한 아이와 바보 어른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대학은 무엇인가. 철드는 곳이다. 진정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느 곳이 바로 대학이다.

 그런데 철드는 일이 쉽지가 않다. 아이들은 앓고 나면 약아지는데 철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도 있지만 어지간한 아픔과 고통을 겪어야 철이 나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려면 대학에서 웬만한 병은 미리 다 앓아두어야 한다. 청춘의 상징인 남녀상열지사는 물론이고 과연 인생은 살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신은 어떤 존재인가 등등 전반적인 문제를 가지고 크게 앓아야 하는 때가 대학생활이다. 좀 그럴듯하게 말하면 인생관, 세계관, 우주관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대학 4년이라는 것이다. 

 흔히 대학은 지식을 얻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근대 이후의 지식은 쉬지 않고 변해왔다. 쉬운 예를 든다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부터 지구가 평면이라는 오랜 학설은 거짓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우리는 열심히 지식을 연마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상당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거짓이 되고 말 위험이 있는 것이다. 지식은 모르는 분야를 밝혀내는 것이기에 당연한 결과이다. 대부분의 지식은 유효기간을 갖고 있는 세계인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은 사회로 곧장 뛰어들게 된다. 민주사회라고 하지만 정작 경험하는 사회는 엄격한 수직체계이다. 나위에 선배, 그 위에 계장이 있고 그 위에 과장 그 위에 실장 그 위에 이사 그리고 사장이나 책임자가 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소모하면서 하나하나 딛고 올라가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기존질서에 순응하면서 자기를 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마지막 수평사회인 대학에서 꼭 배워야 할 항목은 변치 않는 것, 영원한 것이다. 생각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굳어진 질서에 순응하는 사람, 남을 따라 정신없이 이미 나있는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여 창조적인 안목으로 세상을 보고 입장이 있는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대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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