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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그리고 입학식
2010년 03월 11일 (목) 21:57:00 김 옥 엽(영어영문학과) oykim@kd.ac.kr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입학식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처음 학교에 가던 날인 초등학교 입학식은 유년의 기억 한 모퉁이에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을 것 같다. 시인 이성복은 "삼월"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아이를 데리고 입학식에 간 아빠가 된다. '처음 자기 자리에 가 앉는' 아이는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자꾸 뒤돌아보며' 아빠를 찾고, '제 이모가 사다준 빨간 원피스를 입고 아침부터 학교에 가자고 조르더니 학교에 와서는' 조용하기만 하단다. 시 속의 삼월에도 '창밖에는 찬비가 내리고' 옷깃을 여며도 '목이 시리다'.

저녁 무렵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치루고 있는 새내기들이 진눈깨비 속에 우산을 받쳐 들고 열을 지어 기숙사 식당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추운 듯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 얼굴에는 긴장감과 피로감이 엿보인다. 아, 낯선 곳에서 낯선 시작을 하고 있구나.  안쓰러운 마음에 잘 견디어 내라고 말없는 응원도 보내본다. 곧 따뜻한 봄이 오고 새내기들은 캠퍼스를 밝은 옷차림으로, 쾌활한 목청으로, 치기 넘치는 활기로 가득 메울 것이다. 

한편 스스로에게도 낯설 이 긴장과 설렘의 순간은 얼마나 신선하기도 한 것인가! 새로운 출발점에 선 새내기들에게 많은 격려의 말이나 충고가 전해진다. 마치 새해가 되거나 반복되는 일상 혹은 뜻하지 않은 위기 앞에서 '초심'을 잃지 말자거나 '처음처럼' 이라는 다짐을 하듯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 '초심'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가? 만물이 무상하고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이 없다는데,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고집스럽고 편협한 자아에 고착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자각하고, 어디에도 어느 한 순간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마음을 말하는 건 아닐까. 그리하여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그 길을 갔듯' '처음 가는 길'도 두려움 없이 가는 그런 마음 아닐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기' 때문이다. 시인 도종환이 시집『해인으로 가는 길』(2006)에서 열어주는 "처음 가는 길" 이야기를 삼월 찬비를 맞은 신입생들에게 가만히 들려주고 싶다.


처음 가는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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