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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칼럼 13]‘너도 좋고 나도 좋은 세상’을 위하여
2019년 03월 15일 (금) 00:56:30 이서영 프리랜서 작가 ckunp@cku.ac.kr

#며칠 전 남자친구 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 우연히 동석하게 됐다. 남자 8명이 모인 자리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을 때 쯤 한 사람이 최근 정부의 경제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화두를 던졌다. 그는 모든 사회 문제는 인구 문제로 귀결된다결국 저출산이 우리 사회의 가장 근원적 문제라고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동갑내기 친구와 결혼·연애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더라대다수의 남자들이 성매매를 하거나 불륜을 저지른다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냥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제일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페미(남자 페미니스트)’가 많아지면 결혼율은 높아지고, 이혼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형마트에 갈 때면 노동시장의 성비 불균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마트 매장의 계산원, 판촉사원, 안내데스크 직원은 거의 대부분 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무거운 박스를 몇 개씩 카트로 실어와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물품을 진열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매장 내에서 남성 직원을 볼 수 있는 곳은 기껏해야 농··축산 코너 정도다. ‘여초현상이 이렇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업장이 또 있을까.

 

 

 

나는 올해로 서른 두 살이 됐다. 누군가는 내 나이에 대해 한창 좋을 때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화석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당사자 입장에서는 한 살이라도 덜 먹었으면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나이의 뒷자리가 ‘1’에서 ‘2’로 바뀌는 순간은 현실 자각 타임임과 동시에 긴장감이 올라가는 때여서 본인 스스로든 타인이든 이제껏 생각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내 경우에는 가족들이 그러하다. 드디어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하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내게 있어 결혼은 아직 고민거리일 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연구한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조사에 따르면 결혼할 의향이 있는 미혼남성은 58.8%인 반면 미혼여성은 45.3%로 차이가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결혼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많고도 많지만 대다수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비슷하다고 본다. 우선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가부장적 사고와 문화가 결혼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본론에 앞서 언급한 3개의 사례들은 각각 다른 상황이지만 가부장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먼저 저출산 문제의 경우, 사회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출산(低出産)’이라는 단어 자체도 한자를 직역하면 ‘(여성이 아이를)적게 낳는다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러나 저출산을 논하기 전에 왜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지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결혼과 출산이 여성 개인의 삶에 플러스가 되는 선택이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혼 후 경력단절은 기본이고, 독박 육아 및 가사노동은 물론, 아직도 가부장적 사고를 갖고 있는 시부모와의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뜻 결혼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지난해 서울 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력단절 여성은 78만여 명이었다. 서울 인구의 10명 중 1명이 경단녀인 셈이다. 경력 단절 여성이 가사노동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직장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대형 마트는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고 고용안정성이 높아 선호도가 높은 직장으로 꼽힌다. 2030 여성들이 대형 마트의 여직원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투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는 극심한 젠더 갈등을 겪고 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미혼율 증가나 저출산 문제 또한 젠더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성 혐오,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성폭력을 넘어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산적해 있는 젠더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양성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바라건대, 남성들이 조금 더 공감능력을 발휘해 줬으면 한다. 내가 힘들면 상대도 힘들고, 내가 하기 싫으면 상대도 하기 싫다는 것. 또 내가 상대에게 속고싶지 않은 것처럼 상대도 나에게 속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 남자든 여자든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생각해보면 성평등한 세상은 양성에게 이득이다. 남자라고 해서 데이트 비용을 다 내지 않아도 되고, 직장 내에서 짐꾼이 되지 않아도 된다. 울고 싶을 때 울어도 되고, 화장을 하거나 치마를 입어도 된다. 회식자리에서 억지로 술을 마시거나 유흥업소에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 내 어머니, 아내, 여자친구, 딸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함께 가보자.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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