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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향기] 때늦은 감사
2018년 11월 05일 (월) 12:22:38 (교목실 손지혜 카타리나 마리아 수녀) ckunp@cku.ac.kr

지혜야~ 반갑다! 근데 이름 불러도 되나? 수녀님한테?”

대학을 졸업한지 20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 작년 어느 날. 대학교 시절 무리를 지어 다니던 여섯 명의 친구들 중 한명에게서 뜻밖에 전화를 받았다.(정말이지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내가 인천에 있는 어느 수녀원에 입회했다는 풍문에 의지하여 내 이름 석자 만을 가지고 인천에 있는 모든 수녀원에 전화를 걸어 연락처를 알아냈다고 했다. 20년 만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선 격한 반가움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실컷 내 이름을 부른 뒤, 수녀가 된 친구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도 되냐며 미안해하는 그녀에게 난 대답했다. “당연히...너한테 난 친구니까.”

친구와의 통화 이후, 그동안 잠자고 있던 나의 휴대전화는 여섯 명의 친구들이 주고받는 메시지와 사진들로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 내 눈과 마음이 멈춘 사진 한 장이 있었다. 2학년 봄. 대학교 축제 중의 하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친구가 부산에서 해돋이를 보자고 제안했고 젊은 객기(客氣)로 우리는 이내 이 제안을 실행에 옮겼다. 부모님에겐 이러저러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선 부산행 막차에 몸을 실었고 새벽녘에 해운대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요하고 막막하던 바다 위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벅찬 마음으로 맞이하였다. 해돋이를 본 감동과 흥분이 가시기 전에 무리 여섯 명은 백사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요즘 흔히 얘기하는 인생 샷을 남겼다. 그야말로 대학생활의 낭만과 자유를 만끽하던 순간이었다. 그 사진이 나오게 된 배경은 대충 이러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 것은 대학생활의 낭만과 자유가 아니다. 아쉽게도...

내 이야기는 지금 부터다. 그 사진속의 나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웃고 있었다. 하지만...난 분명히 안다. 그 사진속의 나는 진정으로 웃고 있지 않았다. 친구들은 이 사진을 보며 그 때의 추억을 아름답게 떠올리고 있건만 나는 그 순간의 씁쓸하고 외로운 기분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무리지어 강의를 함께 듣고 수다 떨고 미래를 모습을 그려보고 서로의 연애사업에 훈수도 두고 취업 걱정에 한 숨을 쉬는 평범한 대학생활 4년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나는 참으로 이 친구들과 내 삶과 시간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나의 꿈과 삶의 가치들에 대해 솔직하게 나눌 용기와 그들에 대한 믿음이 내겐 없었다. 그래서 4년 동안 그 친구들과 함께하였지만 나는 항상 외로웠다. 사진 속의 나는 그러했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뒤, 조우(遭遇)한 친구들에게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을 신뢰하지 못한 것에, 그들의 존재에 감사하지 못한 것에, 그리고 그저 내 생의 한 순간에 들어 왔다가 영원히 사라져 버려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은 사이로만 여긴 것에.

수도자이기 이전에 신앙인으로서 나는,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 삶의 매 순간에 필요한 도움과 은총을 주위 사람들을 통해 주시고 깨닫게 해 주신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해주고 나를 성장시켜주는 내 주위의 사람들을 인식하고 그들과 나의 삶을 공유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또한 고백한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나는 그 때 그 시절 친구들에게 그들을 통해 내가 성장했음을 그리고 그들의 삶을 나와 기꺼이 나누어 준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내 삶에 그들을 다시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느님께선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신다. 그러기에 주위에 친구들과 환경들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으며 이들을 통하여 우리가 한층 더 성장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원하신다. 이제 주위를 둘러보자. 그리고 나와 함께 삶과 시간을 나누고 있는 친구들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며 그들과 나의 삶의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어 보자. 용기를 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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