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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칼럼 9] 불륜 권하는 사회
2018년 10월 06일 (토) 00:26:26 이서영 프리랜서 작가 ckunp@cku.ac.kr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닥터 지바고’,‘더 라스트 키스. 모두 올해 공연됐던 뮤지컬 작품들이다. 이 공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갈등하고 고뇌한다. 하지만 마침내 새로운 상대를 택하기로 결심하고 도전을 감행한다. 이같은 장면에서는 언제나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웅장한 아리아가 흐른다. 또 이들 뮤지컬을 소개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단 한번의’, ‘운명적인 사랑같은 단어들이 등장한다.

나는 예술작품에서의 불륜 미화가 불편하다. 마치 만약 당신이 불만족스러운 사랑을 하고 있다면 과감히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불륜을 소재로 하는 예술작품들이 당당하게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의 입장에서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불륜을 합리화 할 수 있는 수십가지 변명거리가 생겨난다.

우리는 흔히 불륜이라고 하면 배우자나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성행위를 하거나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불륜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벗어난 데가 있음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불륜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우리 사회는 배우자 혹은 연인 외에 다른 상대와 성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불륜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도덕한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흔히 속이다’, ‘사기치다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 ‘cheat’바람을 피우다라는 동사로도 사용된다. 이 영단어는 불륜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그렇다. 불륜은 나의 쾌락을 위해 상대를 속이는 행위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파트너(배우자 혹은 연인)가 불륜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의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속이고 다른 상대를 사랑하길 원하지는 않는다.

불륜의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륜은 현재 파트너와의 성관계에 대한 불만족, 배신한 파트너에 대한 복수, 파트너에 대한 애정결핍, 만취 등 특수한 상황, 많은 사람들과 성관계를 하고 싶은 욕심 등의 이유로 인해 벌어진다. 특히 남성의 경우 성적 욕망, 특수한 상황이 불륜의 주된 동기가 되고 있는 반면 여성은 애정결핍으로 인한 불륜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불륜의 중심에 성적 쾌락이 있다는 점에는 토를 달 수가 없다.

19세기 영국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공리주의사상을 제시하면서 인간을 언제나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 하는 본성을 지닌 존재로 정의했다. 공리주의 사상을 잣대로 둔다면 불륜은 악행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복이 곧 파트너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는 불행이며 재앙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행도 아니다.최근 개봉한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이 영화 역시 불륜을 소재로 했다)의 첫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 두 명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나란히 롤러코스터를 탄다. 흥미, 재미, 쾌락을 위해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사람들은 스릴 넘치는 짧은 시간을 거친 뒤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와 하차한다. 하차와 동시에 쾌감은 증발하고 허무함만 남는다. 불륜의 특성을 제대로 비유한 장면이다.

나는 앞서 언급했던 세 편의 뮤지컬 보다 이 영화가 불륜의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한다. 불륜은 처음에 시작할 때는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결국 그 상처는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썩은 사과는 아무리 예쁘게 포장한들 썩은 사과일 뿐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어느 누구라도 그 썩은 사과를 깨물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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