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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재조명된 ‘양심적 병역거부’
2018년 10월 05일 (금) 23:57:08 박혜진 기자 phj1999@cku.ac.kr
   

총을 들지 않겠다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논쟁거리였다. 지난 8,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공개 변론이 진행되었다.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이유는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지 14년 만에 나온 판례이다. 병역법 881항에 따르면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로부터 정해진 기간 내에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예비군법 제159항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에 종교나 양심 등 개인의 소신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 지가 쟁점이다. 그간 대법원은 2004년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일률적으로 징역 16개월을 선고해왔지만 하급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100건을 넘어섰다.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대법원이 다시금 국민의 정서에 맞는 새로운 판단을 내릴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의 대상 사건은 총 3건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로 병역법 위반 원심 유죄사건, 원심 무죄사건, 예비군법 위반 유죄사건 등이다. 이 세 가지의 유형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현역 입영하라는 통지와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에 불응해 기소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종교적 신념과 양심 같은 주관적인 사유가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되면 법과 병역체계가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가 개인의 양심이나 신념을 측정하는 건 불가능한 만큼 병역기피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심적 병역 거부자 측은 병역 거부자와 기피자를 구분해야 한다며 대체복무가 도입될 경우 무죄를 선고받아도 국가가 요구하는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는 소수자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법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정부에 내년 12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정부는 교도소, 소방서에서 27~36개월간 대체복무를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병역 거부자의 신념을 검증할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13~2017년 발생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총 2,699명이며 이 중 2,684(99.4%)여호와의 증인의 신도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체복무를 도입할 경우 여호와의 증인으로 허위 개종해 병역기피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바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판결은 공개변론 결과 등을 종합해 올해 안에 확정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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