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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향기] 우리 딸 행복하나?
2018년 10월 05일 (금) 23:35:50 최선 마리 파비올라 수녀 ckunp@cku.ac.kr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햇살이 너무 좋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저만치 높은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들이 바람에 두둥실 떠다닌다. 서정주님의 시가 떠오르다 송창식씨의 목소리로 오버랩 된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하늘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 7080세대! 피식 웃는다.

이렇게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나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6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아빠! 20년 전 수도생활을 통해서 행복을 찾고 실현하겠다며 수녀원엘 가겠다고 선언을 하자 부모님은 막내딸과 적잖은 씨름을 하셨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입회를 하던 날 온 가족이 초상집엘 가는 듯 침울하고 슬픈 마음으로 도착한 인천 수녀원은 새로운 자매들을 환영하는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하하호호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수녀원에 나를 떼어 놓고 가셔야할 때가 되자 아빠는 눈물을 애써 참아가며 우리 딸, 행복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돌아오너라.” 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숨이 막힐 것 같은 포옹을 남기시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셨다.

집에서는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허드렛일부터, 밭일, 성경공부, 교회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체험과 공부를 하며 초기 양성기 4년을 지내게 된다.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야 하니 잠이 모자라는 육체는 늘 피곤하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 온 함께 사는 자매들과는 이리저리 부딪히고... 뭐하나 내가 꿈꾸던, 내가 계획했던 이상적인 삶과 일치하는게 없어 보이는 내 현실을 보며 내가 행복한건가?’를 자문하곤 했었다.

어린 수녀였을 때는 행복이란게 큰 무엇일거라고 막연히 꿈꿨었기에 그 행복은 내가 완수해야할 사명 같은 것이었다. 수도생활을 통해 내 안의 욕심과 이기심의 무질서를 하느님 안에서 포기하고 질서지우며 내 뜻이 아닌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을 찾고 하느님의 사랑을 조금씩 체험해 가면서 행복의 참 얼굴은 산을 할퀴고 바위를 부순 바람처럼 강하지도, 지진처럼 내 온 존재를 뒤흔들지도, 불처럼 항상 뜨겁게 내 가슴을 태우지는 않지만 내 일상의 평범한 속에 있는 부드러운 산들바람 같은 모습임을 알아 가고 있다. (1 열왕, 19:9-18)

아침의 고요함 속에서 만나는 주님의 사랑에서, 점점 더 편안해지는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서로 다른 수녀들이 모여 사는 소공동체의 수녀님들의 나를 향한 관대함에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에서, 수업 후에 혼자 마시는 차한잔에서,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눈인사에서, 그리운 이를 기도 안에서 기억하면서, 작은 사랑을 나눔에서...하루하루 속에 깃든 의미와 행복을 나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무엇을 해서, 무엇을 소유해서, 무엇을 이루어서, 무엇을 획득해서는 진정으로 내 인생의 사명 이었던 행복에 다다를 수 없음을 나는 안다. 그 무엇을 빼앗기거나 그 무엇이 사라지고 나면 나의 행복도 사라지니까. 행복은 밖이 아닌 하느님 안에서 내 안에 있는 것임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장 최근의 교황권고(Apostolic Exhortation)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27항에서 삶이 어떤 사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바로 사명이라고 말씀하신다. 매일의 삶 안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소명을 성실히 살아갈 때 행복은 애써 받고 구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나를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것이 아닐까. 나는 매순간 부드러운 산들바람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그리고 하느님을 더 많이 사랑하고픈 행복한 아빠의 딸이다. 하늘나라에서 아빠가 물어보시는 것 같다. “우리 딸, 행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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