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8. 11. 5 월 13:45
학위수여식,
   
> 뉴스 > 여론칼럼
     
[그 순간, 너는 무엇이 떠오르니? 9] 두 바퀴로 전국을 일주(一周)하다
자전거로 떠난 강릉-부산 여행기
2018년 09월 03일 (월) 02:13:27 이현빈 기자 mhn017841@cku.ac.kr

   

 

어린 시절,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대한민국의 끝인 부산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꼈고,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해안도시라는 매력에 더욱 끌려, 유년기부터 지금까지 부산에 대한 환상과 기대가 매우 컸다. 또한 학창시절, 인터넷에서 일반인이 서울-부산 국토종주를 하루 만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국토종주를 하는 상상도 할 정도로 설렘이 극에 달해 있었지만, 학업문제와 학생신분을 고려했을 때, 외박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머릿속에서 천천히 잊혀 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대학생이 되고 종강이 다가오던 때, 여행을 하고 싶었던 건지, 자전거를 타고 싶었던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영영 가지 못할 것 같아서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절 국토종주 여행기를 우연찮게 다시 보게 되어 문득 자전거를 타고 부산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끝나자마자 주변 지인들에게 계획을 전달한 뒤, 그 계획에 따라 일주일간 여러 가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주변에선 응원도 해줬지만 다그치는 것 또한 많았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시간낭비다’, ‘인생 다 똑같다는 등등……. 하지만 나에겐 그런 조언들이 오히려 자극이 되어, 여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강릉시 내곡동 원룸에서 부산 중구 국제시장까지는 자그마치 약 360km, 소요시간은 약 26시간이 걸렸다. 자전거의 성능과 중간에 명소 관광 등을 감안하여, 36시간 중에서 하루에 9시간을 달려 4일 만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설렘을 가득 안고 새벽 12시 정각,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잔뜩 낀 안개 사이를 전조등 하나에 의지한 채, 안인으로 향하는 국도로 향했다. 새벽시간 헌화로가 선사하는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촉촉한 습기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상쾌함으로 다가왔다. 이튿날 삼척에서 울진으로 넘어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자동차전용도로로 달릴 수가 없어 가파른 언덕이 계속 되는 옛길로 가야했다. 오르막을 여러 번 오르내리다가 가까스로 정상에 다다랐을 때, 보상이라도 하듯이 푸른 빛 선명한 바다가 눈앞을 가득 에워쌌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던 그 광경, 마치 세상 전체가 푸른빛으로 물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절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빠듯한 여행일정 때문에 다시 페달을 밟았다. 어둠이 내렸을 때, 울진에 도착했다.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누워버렸다. 여행일정을 못 맞추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온 몸의 기운이 빠졌다. 짜증과 분노, 자괴감이 들면서 종주를 포기해 버리고 싶었다. 그 자리에서 30분 정도 있었을까. 하늘을 바라보니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잔치라도 하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의 21년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별들을 본적이 없었다. 별들을 보며 여행이란 즐기려고 하는 것인데 나는 오로지 기록에만 눈이 멀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던가’, ‘내 인생에 대해서도 이렇게 살아오진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이내 미친놈처럼 웃음이 실실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여행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나 재밌으라고 하는 건데, 영 재미없어지면 버스를 타고 가버리자!’라고 결심을 했다.

다음날 놀랍게도 페달을 밟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여행에 대한 목표를 버리고 나니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게 됐다. 덕분에 울진을 넘어 영덕을 지나 포항에 도착했을 때, 예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촬영지를 가보기도 하고, 필름카메라에 사진을 담기도 했다. 또 경주에서도 갖가지 먹거리를 즐기며 어릴적 수학여행으로 보았던 유적지도 구경을 하니, 여행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허무하지도 않았고, 성취감이 들지도 않았으며, 좋은 기분, 나쁜 기분 또한 들지 않았다. 예상과는 달리 놀랍게도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부산 국제시장에서 주린 배를 채우고 기념품을 산 뒤 강릉으로 다시 돌아왔다.

67일의 여행을 마치면서 중요한 것들을 많이 배운 것 같았다. 시간과 목표에만 연연했던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고, 큰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가톨릭관대신문(http://news.ck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 기사제보 광고문의 제휴안내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10-701 강릉시 범일로 579번길 24(내곡동) | 전화 : 033)649-788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천명훈
Copyright 2008 가톨릭관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kun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