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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미 투, 유 투?(Me Too, You Too?)>
2018년 03월 12일 (월) 20:12:28 이서영 강원도민일보 기자 ckunp.cku.ac.kr

몇 해 전 택시에서 겪었던 일을 기억한다. 그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후배 기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당시 나는 앞좌석에, 후배 기자는 뒷좌석에 앉았다. 목적지에 도착해 카드로 계산을 하고 택시에서 내리려는데 순간 온 몸의 신경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택시 기사가 카드를 주면서 내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 상태로 몇 초가 흐르는 사이 내 머릿속은 수치심과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나는 카드를 뺏어들고 도망치듯 택시에서 나왔다. 당시 택시 기사에게 적극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았던 부분이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현장에서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던 탓에 경찰에 고소하지 못한채 구두로 사과를 받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전직 경찰 출신이라던 그 택시 기사는 내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어쨌든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한다고 말을 맺었다.

어떻게 보면 미미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일로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됐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을 때, 내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치심이 들어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이 꺼려졌었기 때문이다. 신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피해 사실이 다중에게 알려져 내 이름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에 대한 공포감 등으로 인해 피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에 대해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 한국 사회를 통째로 흔들고 있는 ‘#미투운동을 혁명이라고 부르고 싶다. 피해 여성들이 꽁꽁 싸매두었던 자신의 가장 민감한 치부를 대중 앞에 용기 있게 드러내고 나섰기 때문이다. 법조계를 시작으로 연극계, 문단, 연예계는 물론 학계까지 미투고발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성 자체가 권력화 돼 있는 경향이 짙은 한국 사회는 그동안 성 문제에 있어 관대한 면이 없지 않았다. 때문에 권력형 성폭력이 공공연히 자행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들에게는 예민하고 기가 센 여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미투 운동은 그 예민함이 잘못된 반응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계몽하고 있다. 여성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또 하나의 해방기를 맞게 됐다.

현대의 한국 사회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10년 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또 지난해 외무고시 합격자의 70.7%,9급 공무원 합격자의 57.6%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점점 늘고 있는 데 비해 소위 권력층에 속해 있는 여성의 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 여성의 기업 이사회 점유율은 2.1%1위 국가인 아이슬란드(43%)와 비교했을 때 20분의 1 수준이었고, 국회 내 여성의원의 비중은 17%로 그나마 끝에서 3번째 순위였다.

이처럼 특정 성별에 권력이 집중돼 있는 사회에서 또 다른 특정 성별이 성 문제에 대해 암묵적으로 묵인을 강요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힘의 불균형은 불평등을 낳는다. 이같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 직종별, 직장별로 성폭력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성폭력특별신고센터를 개소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별 간 불평등 문제를 어디까지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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