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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칼럼] <마이다스의 손과 물질만능주의>
2017년 11월 04일 (토) 19:02:18 이서영 강원도민일보 기자 ckunp@naver.com

나는 기계를 잘 다루는 편이다.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에도 꽤 능숙하다. 여중 재학시절 교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친구들은 으레 나를 부르곤 했다. 그 때 오기와 끈기로 수리를 마치고 났을 때 느꼈던 희열은 중독성이 꽤 짙은 감정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씩 지인들의 기기를 손봐주곤 한다. 며칠 전에도 내가 속해있는 동호회 회원의 노트북을 고쳐줬다. 그 회원은 노트북을 써보더니 나에게 마이다스의 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칭찬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 어딘가가 석연치 않았다. 왜 그럴까 생각하던 중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회원이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말은 칭찬으로는 적절치 않은 것 아니야? 끝이 별로잖아. 다른 말을 생각해봐라고 툭 내밷었다. 순간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찜찜함의 정체를 알아냈다. 나는 마이다스가 탐욕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마이다스혹은 미다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왕의 이름이다. 어느 날 마이다스 왕 앞에 농부들이 술에 거나하게 취한 한 노인을 대령했다. 노인은 술의 신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였다. 한때 디오니소스에 심취했던 왕은 실레노스를 단번에 알아보고 시커먼 속을 숨긴 채 열흘동안 잔치를 베풀어 극진히 대접한 뒤 노인을 디오니소스에게 돌려보냈다. 스승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본 디오니소스는 마이다스를 불러 답례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마이다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청했고 디오니소스는 흔쾌히 이를 승락했다. 기뻐하며 궁전으로 돌아간 왕은 그가 만지는 흙과 나뭇가지, 사과 등이 곧장 황금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이 돼버리는 통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게 된 왕은 스스로 자초한 재앙을 후회하며 몸져 눕는다. 경악의 순간은 그 후에 찾아왔다. 병문안을 온 외동딸 공주를 껴안았다가 그만 딸마저 황금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마이다스는 술의 신에게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간구한다. 디오니소스는 마이다스에게 팍톨로스 강으로 가서 몸과 마음을 씻을 것을 명하고 그 말을 따른 마이다스는 다시 정상적인 손을 얻는다.

이처럼 마이다스의 이야기는 그다지 행복한 결말을 갖고 있지 않다. 이 이야기는 무엇이든 황금으로 만드는 손이 결국 저주의 손으로 여겨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탐욕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달하려고 하는 마이다스의 손이 지닌 의미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여전히 그 손을 갈망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가 마이다스의 손의 본연의 의미를 변질시킨 것은 아닐까.

돈이 최고야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발달하면서 삶의 가치가 물질적 요소에 치중되다 보니 그에 따른 폐단이 너무나 많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속이고 이용하며 심지어는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인데 인간은 점점 소외되고 경시되고 부속화 되어 간다. 결국 이 됐다.

정말로 돈이 최고로 가치있는 존재물이라면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모두 행복할까. 또 돈을 적게 가진 사람은 다 불행할까. 우리 모두는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 우리는 황금 손을 가졌으나 끝내 이를 저주하게 됐던 마이다스 왕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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