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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너는 무엇이 떠오르니?④
별, 달, 밤, 그리고…
2017년 11월 04일 (토) 18:44:01 박소현 기자 ouo2610@cku.ac.kr

별과 달, 그리고 까만 하늘. 고등학생 때의 나는 이것을 매우 좋아했다. 매일 밤,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나면 항상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다. 지친 날에는 은은한 달빛이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고, 기분이 좋은 날이면 작은 별들이 같이 즐거워해 주는 것 같았다. 비가 그친 밤하늘은 더욱 맑았다. 그런 날일 때면, 나는 꼭 사진을 찍어 그들의 깨끗한 모습을 기록해 주곤 했다. 하늘과 함께 걷는 밤길은 그리 무섭지 않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매우 작고, 좁았다. 야자가 끝날 때 즈음이면 편의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는 잠이 들었으며, 길거리는 매우 한산했다. 덕분에 나는 밤하늘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밤하늘은 언제까지나 나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네 줄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집을 떠나 타지인 강릉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올라오던 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날이었다. 가족들에게는 의연한 척했지만,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괜히 방을 같이 쓰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도 걸어 보고, 졸업 전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다. 밤이 되자, 공허함과 성인으로서의 첫 발돋움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들어와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창문을 열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과 별을 보면 꼭 이 마음이 정리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늘은 탁했고, 달은 희미하게 보였다. 별은 화난 사람처럼 나에게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았다. 두려워졌다. 혹시 앞으로도 볼 수 없게 된 것일까. 대학교 첫 생활은 그렇게 두려움으로 시작되었다. 항상 볼 수 있을 것만 같던 것들에 대한 상실감이 커졌다. 처음으로 친구와 크게 싸워도 보고,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밤하늘은 여전히 나에게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학기가 지나고, 학년이 달라지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나를 자꾸만 괴롭혔다. 괴롭힘에 지쳐 위로를 얻고 싶은 날에도 밤하늘은 나를 외면했다.

앞으로도 밤하늘처럼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잃게 되진 않을까 두려워졌다. 볼 수 있을 때 사진이라도 실컷 찍어 둘 걸,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왔다. 항상 볼 수 있고, 곁에 항상 있을 때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도 상실감이 나를 크게 때리는 것만 같았다. 밤하늘을 잃은 나는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 계절 등과 같은 것에게 말이다. “순간에 충실하자는 말은 이제야 나에게 와 닿았고, 가슴 저리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미 나를 외면한 것은 다시 보기 힘들다. 그것이 나에게 외면하기 전, 무조건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모든 것을 행했으면 한다. 사진을 찍어 두든, 순간순간을 정확히 기억하든, 무엇이든 그것을 추억할 수 있게 기록해 두었으면 한다. 기록된 그 무엇인가가 일시적인 진정제처럼 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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