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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칼럼] 추구하고 구하는
2017년 06월 04일 (일) 19:57:00 신혜정(시인) ckunp@naver.com

어느덧 돌아보니 6월이다.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눈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한 해의 절반이 흘렀다. 그간 한국 사회는 전례 없던 시민운동과 대통령 탄핵, 새 대통령의 선출이라는 극적인 시간을 보냈다. 변덕스럽긴 하지만 마음껏 봄맞이 야외 활동을 즐기던 것도 과거의 일이 될 만큼 중금속과 오염물질이 섞인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던 반년이기도 했다.

6월은 곧 시작될 무더위에서 조금 비껴 있는 계절, 캠퍼스는 곧이어 올 종강을 준비하는 차분한 시기가 된다. 남아 있는 한 해의 절반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나에게도 6월은 같은 의미여서 지난 반년을 돌아보고, 남은 한 해를 계획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나의 하반기를 채울 가장 큰 키워드를 꼽자면 바로 여행이다. 틈날 때마다, 텅빈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꼭 계획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데, 올해 하반기는 두 차례의 여행을 위한 준비기간이 될 것이다. 그 준비기간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눈코뜰새 없이 현업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래야 여행에서 들 시간과 비용을 충당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기 전 계획하는 단계, 지역을 정하고 여행지에서의 동선을 정할 때 우리는 기획자가 된다. 막상 실제에 부딪쳤을 때 얼마나 엉성한 기획이었는가를 실감하면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다음 여행지로 떠날 근육이 붙는다. 나는 국내 각지로 여건이 될 때는 해외로 목적지를 옮겨 다니면서 스스로 기획자가 되고 그 기획을 실행하는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리하여 왜 여행을 떠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다시금 곰곰 생각에 빠져든다. 나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돈과 시간을 쓰고 위험까지도 감수하는 여행이 왜 좋은 것일까. 물론 이국적인 풍광과 자연,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 등을 이야기하자면 그것도 큰 요인이겠지만 자꾸 중독처럼 끌리는 이유에 대한 것을 생각하면 갑자기 머리가 멍해진다.

그래서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한참의 고민 끝에 희미하게나마 답이 떠올랐다. 여행만큼 나 자신을 내려놓게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었다. 가장 확실하게 따라오는 매력은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풍요롭든 비루하든 고되든 매우 바쁘든, 한가하든, 우리는 여행지에서 매우 낯선 사람 자체가 되어 덩그러니 남는다. 모든 시간을 전적으로 기획하고 계획하고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거기에는 한국의 현지시를 사는 나에 대한 선입견도 평판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오롯이 혼자 이국 또는 타지의 공기를 느끼고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감각이 열리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게 되고 여러 가지 경험들이 마음속에 쌓이게 된다. 그리하여 나는 젊을수록 더욱 많이 여행을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얼마 전 한 대학에서 특강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강단에 서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일은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강연의 주제는 아시아 공동체에 관한 것의 일부였고, 나는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한두 해 상간으로 펴낸 두 권의 산문집이 내 이야기의 발판이 되어 주었다. 두 권은 전혀 다른 주제의 책이지만, 길 위에서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주제라 연결점이 있었다.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는 내 스스로가 핵발전에 관해 의문을 품고 국내의 원자력발전소와 관련 지역을 모두 답사하면서 써낸 기록이다. 그 다음의 책 흐드러지다는 여행산문집이다. 그 길을 떠나게 된 계기와 이유에 대해, 길 위에서 썼던 시들에 대한 나의 이야기들은 다행히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강의 후에 많은 질문들로 서로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 책들을 중심으로 강연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하나의 구절이 더올랐다. ‘추구하고 구하는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추구하는 삶. 나를 지금까지 추동했던 것이 무엇이었나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바로 추구하는 것이었다. 궁금한 것, 호기심이 생기는 것,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다보니 나는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그것이 다음 길들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구하는 삶이었다는 것 앞으로의 나를 구할 것이라는 것을 불혹이 된 지금 어렴풋이 느낀다. 굳이 공동체적인 상상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무엇인가를 추구할 때 이미 공동체라는 연결점이 생긴다.

추구하고 구하는삶의 태도가 우리의 이력을 조금 더 단단하게 바꾸어줄 수 있으리라는, 그것이 우리가 함께하는 세계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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