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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보다 어려운 통장 개설
2016년 11월 05일 (토) 18:15:09 한정환 기자 qd937@naver.com

지난 2013415일부터 시행된 대포통장근절 대책이 은행권에 적용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나고 있다. 타인의 통장을 이용하여 불법 거래하는 것을 철폐하기 위해 대책을 시행 했지만 대학생, 일정한 직장이 없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통장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대학생 이 씨는 지난 8월 해외여행 경비를 모을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 지점 3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이 씨의 집근처 은행에서는 이 씨에게 왜 평소 거래도 없던 은행을 찾았느냐”, “계좌는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등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에 여행 자금을 모을 목적이라고 답하자 은행 직원은 여행을 간다는 걸 입증할 서류가 필요하다증빙 자료가 없다면 우리 지점에선 계좌 개설이 어렵다고 했다. 두 번째 찾은 은행 역시 통장 개설 목적을 입증하는 문서를 갖추라는 내부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다못해 항공권 전자 티켓이라도 있어야 한다차라리 학생증과 은행 계좌가 연결돼 있다면 학교 근처 은행을 가보라고 조언했다. 결국 이 씨는 대학교 근처 은행으로 가서야 통장을 만들 수 있었고 그마저도 국가 근로 장학생으로 뽑혔다는 공지를 인쇄한 후 아르바이트비 목적이라는 것을 밝힌 뒤 겨우 통장을 만들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2014년부터 통장 개설 요건을 점차 강화했다. 대포통장 근절 대책 시행 전에는 신분증과 도장만 가져가면 5분 만에 입출금 통장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대책시행 후 통장 개설하기 위해서는 목적을 밝히고 재직 증명서나 근로 계약서, 공과금 납부 실적처럼 이를 입증할 각종 증빙서류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이외에도 통장 개설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다 보니 은행이나 담당 직원에 따라 요구하는 서류가 다른 것도 문제다. 어떤 직원은 명함만 내면 계좌를 만들어주지만, 까다로운 직원은 해당 사업장에 전화를 걸어 정말 직원이 맞느냐고 확인하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선 은행에 이런 서류를 받으라는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계좌 개설은 은행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이 부분에 대해 금융 당국이 지침을 내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지 않았는데 은행들이 알아서 규제를 강화한다는 얘기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하반기 53942건에 달하던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올해 상반기 21555건까지 줄었다고 한다. 이렇듯 대포통장 근절 대책으로 피해사례는 줄고 있지만 그로 인해 꼭 필요한 사람들이 통장을 발급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책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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