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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학 축제와 술
2016년 10월 08일 (토) 14:32:05 Verum교양대학 교수 이윤일 ckunp@naver.com

한 학기 미루어졌던 대학 축제가 지난주에 열려 성황리에 끝났다. 우리 대학 축제의 명칭인 대동제가 적시하듯이, 축제의 대표적인 기능은 공통체적 실존의 통합에 있다. 축제는 세속화된 평이한 나날들의 일상성에서 벗어나, 억눌렸던 감정을 잠시나마 풀어헤치고 발산함으로써 공동체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사회적 놀이이다. 그러니까 축제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감정의 과잉을 허락하고 약간의 일탈을 눈감아 주며, 일시적인 방일을 용인하는 등, 긴장을 풀어주는 기능을 통해 다시 건강한 사회 질서를 재확립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실존주의 계열의 프랑스 철학자 귀스도르프는 축제는 공동체가 통합되어 나타나는 유일한 시기를 실현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대학 축제의 자리에 으레 따라 붙는 것이 술이다. 넘쳐흐르는 젊은 힘이 폭발하는 자리에서 마치 종말론적인 것 같은 시간을 즐기는 데에는 대체로 술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필자도 옛 축제 시 학사주점에서 학생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학생들에게 애주에 대한 자기변명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역사상의 성현들도 술을 아꼈다는 사실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대단한 애주가로 묘사되어 있고, 음식을 가렸던 공자도 술만은 한 없이 드셨다.(唯酒無量)”는 기록이 논어에 실려 있다. 정황으로 보아 예수님도 세례 요한처럼 철저한 금욕주의자는 아니었던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몽주 선생이 주막에서 술값으로 돈을 다 털리고 난 후 난감한 심정을 토로하는 시를 남기기도 하였다. 유성룡의 징비록에는 거나하게 술 한 잔 하시고 장졸들에게 연설하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도 나온다. 그러니까 이런 위인들도 술을 사랑하였는데 나 같은 범부가 술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하는 어설픈 변명이다. 그래서 필자의 심정을 미리 짚었던 시성 이태백은 독작이라는 시 일부 대목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성현들이 이미 술을 마셨거늘 어찌 반드시 신선되기를 희구하랴! 석 잔 술에 큰 진리와 통하고 한 되 술에 자연과 합치한다.” 라틴어 속담에도 술 속에 진리가!(In vino veritas!)"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술의 폐단이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 보통 사람의 술자리라는 게 처음에는 점잔을 빼고 예의바르게 술을 마시다가도 곧 소란스러운 난장판으로 변하고, 결국은 지나친 술에 인사불성이 되어 귀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음에 늘 후회를 하면서도 며칠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또 한 잔 생각나는 것이 보통 술꾼들의 버릇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술의 다른 별칭이 도깨비 국물이다.

이번 우리 대학 축제는 알콜 클린 축제를 기치로 내걸고 진행되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낸 것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대학을 계기로 대학가에서 알콜 클린 축제가 확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는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대신 대학생다운 기발하고 신선한 프로그램들을 다수 개발하여, 어느 대학보다도 더 개성 넘치는 축제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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