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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징벌’ 만능 사회의 비극
2016년 09월 03일 (토) 15:30:52 김정남 phdjn@daum.net

2016년 여름의 혹서(酷暑)만큼이나 우리의 체감온도를 높여준 것은 단연 전기 요금 누진세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누진세는 오일쇼크 직후 가정용 전기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1974년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전력소비량이 절대적으로 증가하여 도입 취지가 무색해져 있는 상황이고, 지나치게 과도한 누진 세율과 산업용 전기요금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하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작게는 전기요금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크게는 우리 사회 전반을 규율하고 있는 시스템이 이와 닮아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생산이 일어나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계 소리로 요란한 공장을 떠올린다. 아마도 이것은 산업시대가 우리의 상상력에 부여한 무의식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생산은 공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굴뚝 없는 공장인 문화산업,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이 산업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유형 재화를 만들어내는 산업 현장만이 생산의 공간이라는 생각은 하나의 시대착오다.

그러니까 전기 요금 누진제는 공산품을 만들어내는 산업 분야를 제외한 우리 사회의 전 분야가 생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가정용 전기 요금 누진제는 가정을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전적인 소비 공간으로 취급하는 데에 그 문제의 발화점이 있다. 사회적 생산이 일터에서만 발생한다는 생각은 우리를 일벌레로 만든다. 영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오는 물건을 조립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일을 하다가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산업사회의 파시스트적인 가속도를 확인한 바 있다.

생산에 기여하지 못하는 가정은 낭비의 공간이고 물건을 만들어내는 공장은 생산의 공간이라는 무지(無知)가 누진세라는 횡포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징벌적(punitive) 제도는 곳곳에 숨어 우리를 피로사회의 수인(囚人)으로 만든다. 여러 겹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만들어 놓고, 온갖 불평등한 제도를 통해 징벌을 부여하는 사회가 행복할 수는 없다. ‘근태 관리라는 명목으로, 때로는 계약 연장이라는 명목으로, 불합리한 제도에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징벌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다. 이때 징벌은 대체로 비정규직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하게 집중되어 있고,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징벌에 대한 공포는 신분제 사회로 굳어져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예의 노동을 산출하는 토대가 된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 사회적 노동과 성취가 가정과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회가 곧 피로사회다. 가정을 낭비의 공간으로, 비생산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상, 전기 요금 누진세와 같은 시대착오적 제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 온갖 징벌의 공포 속에서 허덕이며 사는 수많은 의 사회가 행복할 수는 없다.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규율(discipline)이라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 불합리와 차별 속에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러 가지 가혹한 형태의 징벌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망각해서는 안 된다. 알아서 긴다, 는 숙명론은 바로 징벌 사회를 공고히 하는 숙주다. 학교 밖의 사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학문의 공동체라는 말이 이미 허명이 된 대학 사회도 이런 사회의 모습을 철저하게 닮아가고 있거나 오히려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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