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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大學’의 모순
2016년 09월 03일 (토) 14:28:02 강우원용 kwwy@hanmail.net

대학(university)의 어원은 라틴어로 전체를 뜻하는 우니베르시타스(universitas)’. 대학은 12세기 유럽에서 등장할 때부터 공동체의 사회적 삶 전체를 의식하고 있었다.” 이 문장은 현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지난 411일자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이다. 대학이 사회 전체라는 공동체에 봉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총장 평소의 지론을 피력한 글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글이 게재되고 나서 3달여가 지난 728일부터 최경희 총장은 대학이라는 내부 공동체로부터 거부를 당하는 곤혹을 치루고 있다.

발단의 시초는 미래라이프대학, 즉 교육부로부터 약 30억 원을 지원받아 추진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이 학위장사이므로 철회하라는 학생들의 요구이다. 마침내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했지만, 그간에 발생한 대학평의원회-학생 간의 물리적 충돌, 경찰의 학내진입, 대학본부의 부적절한 대처, 근본적인 소통부재 등을 들어 총장의 퇴진으로까지 확대된 농성은 아직도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대학의 내부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할 입장은 아니며 어느 한 쪽의 잘잘못을 가리기도 어렵다. 다만 미래라이프대학을 추진하는 대학 측이나 반대하는 학생 측이나 누구 할 것 없이 그 이면에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학벌이라는 독특한 의미 부여와 모순을 함축시켜 놓은 듯해서 적지 않게 씁쓸하다.

대학이 구상한 미래라이프대학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산업현장에 뛰어드느라 고등교육의 기회를 포기한 소수의 삶을 배려하는 사회봉사의 소신이 담겼을지도 모른다. 직장인이니 낮에 정규수업을 수강하기는 어렵겠고, 배려 차원에서 야간이나 주말 강좌를 개설하여 운영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의문이 든다. 이미 직업이 있는 사람에게 왜 학위가 필요할까? 가령 그 대상이 주부나 퇴직자라 할지라도 대학 교육과정과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현대는 온라인 지식산업의 발달로 순수하게 지식을 얻고자 원하면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익힐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학비를 감수하면서까지 대학을 선택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지식과 더불어 취득하는 학위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기에, 결과적으로 대학이 학위장사를 벌인다는 비난을 부정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이면에는 대학 졸업장에 필요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학위장사를 비판하는 학생들은 과연 학벌주의로부터 자유로운 걸까? 혹시 그들 재학생의 분노에 이화여대의 학위가 헐값에 팔려 나간다는 위기감이 개재할 여지가 전혀 없었을까? 일부 학생들에게는 대학의 이름이 자신의 청소년기를 헌납하고 얻은 훈장일 수 있다. 높은 등급의 내신과 수능을 유지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청춘을 유보하고 잠을 줄이는 고통의 감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땀과 노력은 가치 있고 훌륭하다. 그러나 다른 모두에게 동등한 수준의 노력을 요구하는 사고는 평등을 위장한 무의식의 학벌주의에 가깝다. 또한 만일 미용이나 건강관련 학과의 개설이 심도 있는 대학 학문연구의 훼손이라는 주장이 있다면, 그 역시 大學에 학문적 권위를 부여함으로써(심지어 자신의 지적 수준과는 무관하게) 학위를 특권화 하려는 발상이다. 안타까운 것은 대학과 학생들 양쪽 모두의 논리가 학벌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사회 전체라는 공동체의 현실이다.

우리 대학은 지난 6월에 인문역량강화(CORE)사업에 선정되어 교육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학이 추구해야 할 본분인 교육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기에 학위장사라는 오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내용을 곱씹어보면 이 또한 역설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교양교육에서 인문학 강좌를 특화함으로써 모든 재학생의 인문적인 역량을 배양한다는 취지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그것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에서 인문관련 전공을 폐지해야 한다. 말은 하지만 논리가 맞지 않는, 신조와 전제가 길항하는 현실의 노출. 인문관련 전공이 사라진 대학에서 인문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아이러니. 이것을 요구하는 교육부나, 노력하는 대학이나, 무관심한 교수나, 잠잠한 학생이나 大學의 모순이기에, 비판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인문역량이 우리 모두에게 부족한 것만큼은 사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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