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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성장 동력, ‘통섭’이란 무엇인가?
2016년 06월 05일 (일) 14:59:27 이연제 기자, 오준석 기자 ckunp@naver.com

분과 학문에서 통합 학문으로

통섭(統攝, Consilience)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이다. 이러한 생각은 우주의 본질적 질서를 논리적 성찰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두 관점은 그리스 시대에는 하나였으나, 르네상스 이후부터 점차 분화되어 현재에 이른다. 1840년에 윌리엄 휘웰은 귀납적 과학이라는 책에서 ‘Consilience’란 말을 처음 사용했는데, 설명의 공통기반을 만들기 위해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하는 것을 뜻했다. “통섭의 귀납적 결론은 사실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분야를 통한 결론에 의해 얻어진 귀납적 결론이 또 다른 분야에 의해 얻어진 결과와 일치할 때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통섭은 어떤 것에 대해 발생한 사실을 해석하는 이론들을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한국에서는 윌슨의 제자인 최재천 교수(이화여대)통섭, 지식의 대통합을 번역하여 한국에 통섭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하였다. 현대적 관점으로 볼 때 각 지식의 분야들은 각각의 연구 분야의 활동에서 얻어진 사실들에 기반하여 연구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들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연구 분야의 활동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 예를 들어 원자물리학은 화학과 관련이 깊으며 화학은 또한 생물학과 관련이 깊다. 물리학을 이해하는 것 또한 신경과학이나 사회학, 경제학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이렇듯 다양한 접합과 연관은 여러 분야 사이에서 이루어져 왔다.

한편 최종덕 교수(상지대)는 한국 의철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통섭에 대한 오해라는 글에서 최재천 교수가 번역한 통섭이라는 말이 학계에서 충분한 논의없이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윌슨이 컨실런스라는 말을 쓴 것은 실제로 학문 간의 대등한 통합이 아니라 인문학이 자연과학에 종속되는 일방향적 통합을 의미했다며 원저자의 의도와 다른 방식으로 통섭의 의미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통섭적 사고가 불러온 변화들

통섭은 윌리엄 휘웰이 처음으로 언급하고, 최근에는 에드워드 윌슨의 자신의 책을 통해 환기시키기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의식되지 못하던 개념이었다. 하지만 통섭은 그 개념이 구체화되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다. 인류사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 중에는 소위 통섭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여럿 있었다는 것이 그것의 증거이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통섭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다 빈치는 15세기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로 그 당시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기술자, 학자, 요리사로 다방면에서 활동했으며 미술, 건축, 인체해부 등 많은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천재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가 다양한 지식을 가졌다고 하여 높이 평가 받는 것은 아니다. 폭 넓고 깊은 지식은 통섭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이지만, 단순히 개별적인 여러 학문을 섭렵하는 것 자체를 통섭이라고 일컫기에는 무리가 있다.

1+1에서 2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수학적으로 볼 때 당연하다. 하지만 통섭의 핵심은 이처럼 ‘1+1=2’라는 일차원적인 결과가 아니다. 여러 학문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출, 단일 학문에서는 이끌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결과물. 이것이 바로 통섭으로서 우리가 얻어야하는 뭔가이다. 다 빈치는 그가 남긴 다양한 작품과 업적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아이디어, 개념을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통섭이 가진 의미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통섭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도출되었다. 1905,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베른이라는 작은 도시의 특허국에서 시간을 맞추는 기계의 특허를 심의하던 중 두 도시의 시간을 하나로 맞추는 방법으로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빛을 발사하고 돌아오는 빛의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두 도시의 시간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두 도시 중 하나가 움직이는 경우를 상상했다. ‘이 경우 어떻게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운동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이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던 청년은 결국 시간은 시계에 의해서 측정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이 생각은 시간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시간의 상대성을 제창한 것으로, 특수 상대성 이론의 핵심이었다. 20세기 과학의 방향을 결정지었던 이 위대한 발견은 바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상대성이라는 개념들을 복합적으로 융합함으로서 가능했다. 아인슈타인은 기존의 3차원적인 공간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4차원적인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는 통합 혹은 융합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 통섭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근래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에 대한 발언을 해 사장되어 가던 인문학에 큰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아이패드2 출시를 위한 설명회에서 우리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한 데 있다. 기술과 인문학, 이 두 가지의 결합이 애플이 일련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이다.”라고 말하며 직접적으로 애플사의 성공이 인문학적 접근과 연관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반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잡스의 이러한 발언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문학이 애플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하고 있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삼성경영연구소에서는 아이폰과 페이스북의 성공이 단순하고 편하고 재밌는 것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과 인문학의 접목은 사회적으로 인문학 바람이 부는 역할을 했으며, 통섭에 학문적인 제한과 장벽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통섭의 향후 전망

향후 통섭은 단순히 다양한 지식의 통합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과 인간다움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미래의 통섭은 인간이 중심이 된 논의에서 시작할 것이다. 여러 지식과 다양한 학문을 결합하는 허브와 그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원천이 인간의 감성이어야 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은 지식만으로 나오지 않고 감성의 융합으로 가능하며 이러한 감성에 바탕을 둔 디자인은 쉽게 수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어떻게 통섭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예술과 공학, 사회학과 경영학, 기타 이질적 학문들은 서로 소통해 사회와 교육, 연구의 각 방면에서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동안 비교적 교류가 적었던 분야와 학문들이 서로 생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큰 장애물인가부터 자세히 점검한 다음, 아래위와 경중을 따지는 비교 우위적 사고에서 벗어나 수평적 입장에서 타 학문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통섭은 심광현 교수가 지적했듯이 모든 지식에 수평적 가치를 부여하는 통섭과 아울러 유기적 통합이 중요하다. 학문 간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적이며 양방향적 관점의 합일로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수평적 가치 부여가 기존 학제의 벽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학자들의 오랜 꿈으로 남아 있던 지식의 대통합은 학문 간 대등한 관계라는 전제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국내에서 그간 융합과 통섭이 기술 공학적 접근에서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면, 향후의 통섭은 그처럼 편향된 시각을 균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통섭의 엔진 역할을 인문사회과학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통섭은 국내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것으로, 학계뿐만 아니라 융합 산업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수직 구조에서 연구 개발과 제품 생산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수평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향후 통섭은 현재까지의 단점을 극복하는 연장선상에서 수행될 것이다. 윌슨의 통섭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현재는 자연과학과 인문학만의 기계적 병렬적 결합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의 유기적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미래의 통섭은 단순히 다양한 지식의 통합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emotion)과 인간다움(humanity)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융합과 통섭 담론이 다분히 기술결정론 시각에서 이루어졌는데, 미래의 통섭은 인간이 중심이 된 논의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러 지식과 다양한 학문을 결합하는 허브와 그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원천이 인간의 감성이어야 한다. 향후 통섭은 현재까지의 단점을 극복하는 연장선상에서 수행될 것이다. 윌슨의 통섭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현재는 자연과학과 인문학만의 기계적 병렬적 결합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의 유기적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미래의 통섭은 단순히 다양한 지식의 통합만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emotion)과 인간다움(humanity)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의 융합과 통섭 담론이 다분히 기술결정론 시각에서 이루어졌는데, 미래의 통섭은 인간이 중심이 된 논의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러 지식과 다양한 학문을 결합하는 허브와 그 끌어들이는 흡인력의 원천이 인간의 감성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전까지의 융합은 인간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통섭이었는데 반해, 앞으로의 융합은 인간의 감성, 감정을 향상하기 위한 통섭이 주를 이룰 것이다. 앞으로의 통섭은 인간이 중심이 된, 인간성에 소구한, 인간의 감정에 바탕을 둔 통섭이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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