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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이후, 첫 번째 대법판결 나와
대한민국은 아직 유책주의
2015년 10월 03일 (토) 11:55:30 오준석 기자 dhrhdths93@naver.com
     

지난 9월 15일, 간통죄 폐지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이혼소송의 판결이 내려졌다. 소송 자체는 여느 이혼소송과 다를 바 없었지만, 향후 사법부 판결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대법관 사이의 의견 합치가 어려워 13인의 대법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했다. 그 결과 7명의 대법관이 유책주의를, 나머지 6명이 파탄주의를 선택하여 유책주의가 유지되었다. 전원합의체로 결정된 사항이 다시 회부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3년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한 동안 유책주의가 유지될 전망이다.

사실상 해당 소송은 가정생활을 파탄 내는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와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객관적인 사실이 있을 경우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는 파탄주의의 충돌이었다. 1965년 이후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고집해왔지만,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은 파탄주의에 힘을 실어주었다. 여론 또한 섣불리 판결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의견이 갈렸지만, 대법원은 변화가 아닌 유지를 택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회경제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은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했고, “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도 혼인과 가정에 대한 보호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언급하며 유책주의를 고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릴 당시의 주장인 “여성의 경제력 향상으로 여성이 경제적 약자라는 전제가 이미 깨졌다”,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에게 맡겨야지 타율적 강제는 안 된다”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사법부 내에서도 의견차이가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역시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점차 이혼파탄주의로 치우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유책주의를 택한 대법관들 중 2명의 임기가 2017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후임자의 성향에 따라 판례가 바뀔 가능성 또한 다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혼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의 파탄주의는 많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관련 법안의 제정에 국회의 문제의식과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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