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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나눔 운동, ‘미리내 운동’을 아십니까?
2015년 05월 11일 (월) 14:55:13 이상화 기자 sanghwa0428@naver.com

: 생활 속 나눔 운동, ‘미리내 운동을 아십니까?

미리내 운동은 서스펜디드(Suspended) 운동을 우리나라 말로 순화한 말이다. 서스펜디드 운동은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문화의 확장된 형태로 그 연장선에 있다. 서스펜디드 커피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을 위해 커피 한 잔을 사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추가로 한 잔 또는 여러 잔의 커피 값을 미리 지불하여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는 몇 년 전부터 미리내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었으며 현재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그 가맹점의 숫자가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교내 게시판에 미리내 운동을 소개했고 교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미리내 운동의 기원, 국내 현황을 살펴보고, 강릉 지역의 미리내 가게를 찾아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부컷: 서스펜디드 운동의 기원과 전세계적 확산

   

 

‘No one should ever feel alone in the world’(세계에서 어느 누구도 외로움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 서스펜디드 커피 공식 홈페이지 메인 상단에 적혀있는 문구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서스펜디드 운동은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의 형태로 먼저 시작되었으며 약 100여 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에서 카페 소스페소’(Cafè Sospeso, 맡겨둔 커피)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던 것이 시초이다. 커피 값을 지불할 때 타인의 몫까지 같이 계산을 해 놓으면, 경제적으로 힘든 누군가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불황기를 극복하던 이탈리아 지역사회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여유가 없는 이웃을 위해 시작 되었다가 사라진 이 전통은 2008년 세계경제침체와 유로존의 경제 위기로 유럽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이 운동은 영국에서 부활하였다. 주목할 점은 서스팬디드 운동이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소비자와 업체들이 참여하는 하나의 소비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에 대한 온정이 담긴 이 실천이 하나의 새로운 윤리적 소비운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커피프랜차이즈 기업까지 이 운동의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하는 등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20134월 영국 스타벅스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 기초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서스펜디드 커피를 주문하면 그 금액을 Oasis Trust라는 자선 단체를 통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역사회의 전통적 뿌리와 자발적 연대를 바탕으로 한 이 윤리적 소비실천은 SNS라는 새로운 정보교류와 가치 확산의 장을 만나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서로가 동의하는 하나의 가치를 바탕으로 형성된 소비자 공동체의 응집력과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운동이 시작된 이탈리아에서는 서스펜디드 운동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영화페스티벌과 문화단체가 상호 연계하여 ‘Rete del Caffè Sospeso’(Suspended Coffee Network)라는 이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커피를 미리 사두는 전통이 지닌 인간애처럼 일상 속에서 문화와 사회적인 연대가 만날 때 사라진 시민정신이 회복되며 소외된 이웃을 돌아볼 수 있다는 믿음 하에 구성된 네트워크이다. Retedel Caffè Sospeso는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여 1210일을 서스펜디드 커피의 날로 지정하고 각종 문화적인 행사에 이 커피 전통을 연계시켜 이탈리아의 전통의 재확산 뿐 아니라 전통과 맥락을 같이하는 지역사회의 연합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37월에 만들어진 서스펜디드 운동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2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나날이 서스펜디드 운동 소식과 사례가 업데이트 되고 있다.

 

 부컷: 우리나라의 미리내 운동

   

 

우리나라에서는 미리내 운동을 실천하는 점포를 미리내 가게라고 부르며 20134월 경상남도 거창을 중심으로 서스펜디드 운동을 표방한 지역사회의 운동이 시작되었다. 거창의 미리내 가게 역시 처음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작은 모임이었으나 점차 지역사회네트워크·인적네트워크·SNS를 바탕으로 확장되면서 운영진이 구성되고 하나의 가치를 공유하는 풀뿌리 연대로 거듭나고 있다. 더불어 커피 및 번 전문점 로티보이가 서스펜디드 커피를 도입한 캠페인을 시작하였는데, 2013414일에 선보인 착한 아메리카노캠페인이 그것이다.

서구 사회에서는 서스펜디드 운동의 주요대상이 커피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커피 뿐 아니라 목욕탕·식당·카페·미용실·분식·친환경매장 등 어려운 이웃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영역의 재화와 서비스로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미리내 가게는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내의 참여 업체와 운영에 도움을 주는 소규모 기업들, 그리고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수평적·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미리내 공식 홈페이지에는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만큼 내가 미리내라고 미리내 운동의 요지를 명료하게 적어 놓았다. 우리말 미리내누군가를 위해 미리낸다는 서스펜디드 운동의 실천방식인 선()지불의 뜻을 그대로 지녔다. 순우리말로 은하수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은하수의 별을 상징하는 로고 파랑별이는 이 많은 별들이 은하수를 만들듯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미리내 가게에서 작은 나눔의 실천에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하나의 별이 되며 반짝이는 또 하나의 파랑별이가 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참여업체와 이 참여업체에서 나눔의 소비를 실천하는 모든 소비자들 모두가 이웃을 위해 빛나고 하나의 아름다운 은하수를 만드는 파랑별이가 되는 것이다. 미리내 가게 SNS에서는 참여자 모두를 별님이라고 지칭하여 로고에 부여한 의미를 강조한다.

우리나라에 미리내 운동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가는 과정에는 김준호 미리내운동본부 대표의 힘이 컸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20135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경남 산청군의 한 커피전문점 점주를 만나 첫 미리내 가게를 열었다. 가게 점주와 방문자들이 SNS에 인증사진을 찍어 올리는 문화가 생기면서 금방 입소문이 퍼졌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미리내 운동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SNS와 동네 가게 주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동참하고 싶다는 문의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동참을 원하는 가게를 직접 방문해 주인과 상담하는데, 미리내 운동의 특성상 가게 주인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점주의 책임감을 중요시 여긴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빡빡한 일정에도 그는 오히려 여행의 기회로 삼는다. 수백여 명의 자영업자가 이 운동에 동참하다보니 커피전문점, 음식점에서부터 휴대폰 대리점, 애견센터 등 다양한 업종의 미리내 가게가 생겨났다. 참여하는 사람이 다양해질수록 나눔의 방법도 다양해졌다. 김 대표는 신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이 운동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은 가게의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은 자유로우나 대체적으로 세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먼저 수혜자가 지정된 미리내인데 임의의 누군가가 특정인을 위해서 미리내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특정인은 나중에 적립된 금액만큼 자유로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벤트성 미리내도 있다. ‘오늘 생일인 분을 위해 미리내합니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커피 한잔 드려요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자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식은 별다른 조건 없이 기부를 해 놓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부컷: 강릉시의 미리내 운동

20155월 현재 강릉시에 정식 미리내 가게로 등록된 점포는 18개이다. 커피숍·닭갈비집·냉면·짬뽕 등 음식점이 10개로 가장 많지만 휴대폰대리점·헤어숍·학원·게스트하우스·자동차대리점 등 무척 다양한 형태로 미리내 운동이 실현되고 있다. 강릉의 미리내 가게 중 각각 공식 1호점과 2호점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카페가온길텔레콤에 방문해보았다.

 

  아프리카 카페

   

 

교동에 위치한 강릉시 미리내 가게 1호점 아프리카 카페는 20137월부터 미리내 운동에 동참하였다. 그 당시에는 미리내 가게의 정착 초기 단계라 전국적으로 30여개의 가맹점만 있었을 때였다고 한다. 아프리카 카페의 김영주 사장은 미리내 가게에 동참하기 전에 지인을 통해 이미 서스펜디드 운동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카페 내에서 이미 진행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미리내 운동을 작은 기부로 따뜻한 소통을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보통 기부라 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미리내 운동은 소소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봉사라고 말한다. 아프리카 카페에서는 미리내 운동이 릴레이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사장은 조금 더 의미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내 커피를 이용한 사람들이 미리 커피 값을 내준 사람의 쿠폰 하단에 감사 메모를 남기면, 나중에 선지불 한 사람이 댓글을 보고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미리내 커피의 이용자가 커피 값을 미리내 준 사람에게 다시 미리내를 지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한 소통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훈훈함을 느낀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가온길텔레콤

   

 

시내 대학로 손병욱 베이커리 근처에 위치한 강릉시 미리내 가게 2호점 가온길텔레콤의 이야기를 이상욱 사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이 사장은 평소에도 봉사에 관심을 갖고 201312월 개업 후 나눔에 대해 고민해 오다가 미리내운동본부 김준호 대표와의 상의 끝에 미리내 가게에 동참하며 중고 폰을 중심으로 한 이웃 나눔의 창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휴대폰을 구매하러 온 고객들이 기존에 쓰던 휴대폰을 기부하면, 그 기기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상으로 개통해 주는 방식이다. 매월 청구되는 비용은 현금으로 미리내 운동에 동참해 주신 분들의 정성으로 지원해주고 있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미리내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작년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알제리에서 우리나라에 온 노동자들이 중고 폰을 구매하러 왔다가 미리내 운동에 대해 접하고 미리내 중고 폰을 개통 받게 되었는데 굉장히 기뻐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는 직접 감사를 표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폰을 기부해준 분에게 실제로 영상통화로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는데, 기부자도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미리내 운동이 방식에 품목이나 방식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치의 창출이 무궁무진하고, 분명한 누군가가 수혜를 받고 그 내용이 피드백이 되기 때문에 기브 앤 테이크(Give&Take)가 확실한 방식이라고 그 장점을 설명한다.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경쟁 위주의 사회에서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리내 운동은 윤리적 소비 활동의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정치와 제도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복지체제가 완벽하다고 해도 빈틈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리내 운동은 그 틈을 메우며, 무상의 나눔을 통해 선행이 선순환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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