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9. 3. 13 수 20:51
학위수여식,
   
> 뉴스 > 여론칼럼
     
소통을 향한 축제
2009년 06월 04일 (목) 17:23:35 김옥엽 교수님 kdunp@hanmail.net

우리 대학은 '관동人(in) 필통(Feel 通) Festival'이라는 화두로 3일간 축제를 거행했다. 다소 장난기 어린 다국적(?) 언어로 소통에 대한 지향을 전하는 축제 캠페인을 보며, 현대인이 진정 원하는 소통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끊임없이 오가는 휴대폰 전화와 문자 메시지, 온라인상의 다양한 대화 매체를 통해 현대인은 정녕 '필통'하고 있는가?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현격히 증가하고 그로 인한 자살률 또한 높아가는 이유가 상당정도 의미 있는 대화의 단절과 건강한 소통의 부재에 있다는 보고를 염두에 두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200여 년 전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소통이 단절된 인간의 황폐한 상태를 다음과 같이 '독 나무'(A Poison Tree)를 남 몰래 마음속에 키우는 것으로 형상화했다.

 

친구에게 화가 났어.

털어 놓자, 분노는 멈췄어.

적에게 화가 났어.

털어 놓지 않자, 분노는 자랐어.

 

두려움 속에

밤낮으로 눈물 흘리며 그 위에 물을 주었지.

미소와 부드러운 기만의 속임수로

그 위에 햇볕을 쬐어 주었지.

 

밤낮으로 자라더니

마침내 빛나는 사과 하나가 열렸어.

적은 빛나는 사과를 보고

내 것인 줄 알고,

 

어둔 밤이 북극성을 가리자

나의 뜰로 몰래 들어왔지.

아침에 나는

적이 나무 아래 뻗어있는 걸 보고 기뻤어.

 

블레이크가 "인간이 인간의 적으로 태어나는 세계"라 칭한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자는 적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짓 웃음과 유화적인 제스처로 적대감을 감추고 분한 눈물로 마음속에 독을 응축하여 "빛나는 사과"를 맺는다. 선악과를 연상시키는 이 금단의 열매로 적을 죽인 화자는 기꺼운 아침을 맞는다. '선과 악에 관한 지식의 나무'를 먹고 최초의 인간이 알게 된 것은 무엇이었던가? 아담과 이브는 "눈이 밝아져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앞을 가리고 "하느님 눈에 띄지 않게 동산 나무 사이에 숨고", 이어 금기를 어긴 것에 대해 핑계를 댄다. 이에 하느님은 아담을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여자는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게 되리라"고 벌 하신다.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은" 나무 열매를 먹음으로써, 최초의 인간은 하느님과 단절되고, 건강하고 조화로운 상호관계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에서 주목할 것은 독 사과나무가 화자의 마음속에 뿌리내리고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사회에서 친구와 적을 구분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혹여 이기적인 자기애와 지질구레한 이해관계에 근거한 것은 아닌가? 위선과 기만에 근거한 훼손된 인간관계는 가장 먼저 각자의 내면을 병들게 한다는 블레이크의 전언은 21세기 현대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울림을 전한다. 소통을 향한 축제는 개개인이 깨어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매 순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고요히 깨어 맑은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명확하게 보는 큰 지혜'를 지향하는 나날이어야 하지 않을까?

김옥엽(영어영문학과)

 

ⓒ 가톨릭관대신문(http://news.ck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 기사제보 광고문의 제휴안내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10-701 강릉시 범일로 579번길 24(내곡동) | 전화 : 033)649-7880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창희
Copyright 2008 가톨릭관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kun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