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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의 볼모가 된 사법부
정치 관여는 했지만 선거개입 무죄?
2014년 10월 02일 (목) 23:19:00 고민주 기자 ssoy0141@naver.com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 1심에서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정치 관여 행위는 인정되지만 그것이 선거운동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원(元)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의 혐의를 무죄’라고 선고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은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해 취한 능동적·계획적 행위를 지칭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 전 국정원장은 당선 또는 낙선에 대한 능동적·계획적 행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애초부터 검찰과 법원은 위 선거법 위반에 대해 국정원 수뇌부가 책임질 일이라며 기소 폭을 제한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수뇌부가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한편 위 사건을 규정한 선거법의 적용방식에서도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재판부는 선거법 제86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법률 위반일 수도 있으나, 검찰이 공소한 법조문인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인 제85조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런 경우 법원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피고인이 적절한 법조항으로 처벌받게 하거나, 피고인 외에 ‘진범’의 기소를 검토하라고 검찰에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국가정보기관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서 대규모 여론 조작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는 ‘사법 공백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에 지난 9월 17일 서울중앙지검은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논의 끝에 원 전 원장 사건을 항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항소장을 제출했고 제86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적용하는 쪽으로 공소장을 변경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원 전 원장의 항소심으로 대선 개입과 정치 관여 여부를 놓고, 또 한 번 검찰과 원 전 원장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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