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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난보도의 현실
기사는 못 쓰더라도 ‘기레기’는 되지 말아야
2014년 06월 09일 (월) 17:05:34 서민욱 smu0830@naver.com

   
지난
4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은 오보와 불확실한 취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달 57KBS 입사 4년차 미만 기자 40여명은 “KBS 기자는 기레기로 전락했다. 사고 현장에 가지 않고 리포트를 만들었고,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밝혀 세월호 사건 보도에 대해 반성했다.

전국 MBC기자회도 13일 성명을 내고 목포MBC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1시 언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해서 구조자는 160여명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를 보고했지만 서울 MBC의 전국부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중앙재난대책본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고 밝혔다.

이연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겸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했던 보도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피해자의 인권은 뒤로하고 피해자들이 울고 있는 자극적인 장면을 화면에 계속 내보낸다. 대책본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검증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하는 것도 여전하다. 사고 당일 전원 구조와 같은 오보를 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태 해결 방안이나 대안 모색은 등한시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재난보도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는 등 보도원칙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재난보도준칙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20032월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 때문에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재난보도준칙 초안까지 만들었지만 제정에는 실패했다.

정부가 언론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9일 사임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16KBS 기자협회 총회에서 보도국장을 사임할 당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에는 정부 측에서 길환영 KBS 사장을 통해 해경에 대한 비난을 하지 말 것을 주문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정부쪽으로부터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힌 데 대해 당시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지금은 절박하게 구조가 먼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고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길환영 사장이 해경을 너무 비판하지 말라.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한 대목은 청와대가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세월호 피해자 구조 과정에서 보인 해경의 무능력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그 원망은 현 정권의 무능 논란으로 옮아갔다. 이런 맥락에서 해경 비판을 막는 것은 결국 정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KBS 기자협회는 12일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물러나지 않을 경우 방송 제작 거부를 하겠다고 결의했고, 현재 파업 중이다.

KBS, MBC 기자들의 반성문은 우리나라 언론 보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정부와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한국기자협회의 행동강령과 세월호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보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여하한 압제에도 뭉쳐 싸운다.” “언론은 불확실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도를 통해 유언비어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한다.”라고 기재 되어있다. 이를 토대로 국민들은 빠른 특종보다 정확한 사실을 원한다는 점을 인지하여 오보를 내는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기자의 본분에 대해서 다시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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