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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문학을 논하다
2014년 04월 05일 (토) 14:46:33 고민주 ssoy0141@naver.com

     

<인문학 열풍의 허상>

세상이 온통 인문학에 취해 있다. 국회에서는 인문사회과학진흥법안, 인문정신문화진흥법안, 인문학 진흥 및 인문강좌 지원 법안 등 3개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문정신문화과를 신설하기까지 했다. 각종 방송국은 유명한 국내외 인문학자들을 초빙해 인문학 관련 강좌를 방송하고 있다.

또한 기업들도 각종 인문학 프로그램을 열어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채용에서까지도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2년부터 신입사원 심층면접에서『논어』,『손자병법』등 인문학 도서 28권을 바탕으로 토론하도록 했으며 삼성·현대자동차·GS 등도 채용시험에서 문학·역사·철학 관련 문항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이 과연 인문학을 발전시키고, 대중들에게는 우리가 사는 시대와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현상들로 말미암아 인문학이 왜곡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문학의 본원적 의미>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다. 사전적 의미의 인문학이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좁게는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말하고, 넓게는 예술·종교·경제·정치 등 인간과 관련된 모든 정신과학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인문학이란 인간의 모든 생활과 행동, 사고에 관한 것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인 것을 탐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인문학은 대중주의와 결합한 상업주의로 변질되어 인문학 그 자체의 비판력과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지쳐있다. 그 증거로 우리나라는 8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초·중·고등생의 20%는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 즉 10명 중 2명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이들 중 집중관리가 필요한 비율이 4.5%, 고위험군이 1.5%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힐링(healing)’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완화되기는커녕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과도한 힐링에 관한 관심이 인문학과 접목되면서 인문학을 ‘사이비 치료’와 비슷한 모습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인문학의 사막화>

올 1·2월에 판매된 인문서는 작년에 비해 20%이상의 판매율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소위 인문학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강신주’, ‘박웅현’ 등 일부 작가들의 판매량만 높을 뿐, 그 외 작가들은 여전히 저조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TV나 기업에서 다양한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이나 강좌가 열리고 있지만, 이 또한 단 1%의 유명 강사만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최근 5년간 전국 4년제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 학과 약 400개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 재편성되거나 폐과되었다. 대학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인문학 관련 학과들이 취업 등 경쟁력 확보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대학에서부터 ‘인문학 사막화’는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전혀 관련 없는 인문서도 출판되고 있다. 건축·경영·보험 등 인문학과 별개의 개인 업무 영역에 관련된 분야가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을 하고 있다. 또한 인문학의 탈을 쓴 자기계발서와 도저히 인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가벼운 내용을 담고 있는 인문서도 판을 치고 있다.

분명 인문학의 본령을 지키고 있는 서적이 출판되고, 대중들에게 읽혀진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는 인문학 열풍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현재 인문학 열풍은 오히려 인문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진정한 인문학>

인문학은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한 분야이다. ‘나는 누구인가?’, 소크라테스도 플라톤도 평생에 걸쳐 탐구했던 질문이다. 그러나 현재 세상은 이러한 질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행복의 척도는 돈으로 결정되고 이러한 행복을 위해 스펙에 목매는 세상에서 이러한 질문은 사치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외환위기를 겪긴 했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1인당 GDP는 조금씩 늘었다. 하지만 절대 금액이 늘었음에도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풍요에는 큰 변화는 없다. 오히려 사는 게 더 팍팍해졌다. 외환위기 이후에 심화된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로 이른바 서민의 삶이 경제적으로 나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의미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 즉 일을 하기는 하지만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무의미함에서 오는 피로가 누적되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한 인문학적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최진석·문화·정정훈 등의 저서인『불온한 인문학』에서는 진정한 인문학이란 “불온함은 통념에 어긋나는 것, 길들여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통념에 딴죽을 걸고 퇴짜를 놓는 사유와 행동은 정녕 불온하다. 불온한 인문학이란 지금까지 인문학에 부여되었던 동일성의 서사, 그 통념의 의무를 거부하고 내던질 때 시작된다. 국가와 나는 같지 않다고 신랄하게 지적하는 것, 민족의 영광과 네 개인의 행복은 별개의 문제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것, 안온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배면에 우리로부터 배제된 이웃이 있음을 폭로하는 것, 인문학은 한 번도 순수하게 존재한 적이 없음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 정체성과 동일성의 서사를 거절하는 인문학은 불온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인문학은 언제나 시대와 길항한다. 이를 위해서는 ‘힐링’이라는 사이비 인문학이 판을 치고, 자본과 상업주의에 물든 인문학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때, 제도와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진정으로 시대와 사회를 성찰하고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려는 인문학 본연의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참고문헌>

이연도,「힐링(healing)과 동양 수양론」,『인문과학연구36권,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3.3, 691-710쪽.

홍유진,「인문학 권하는 사회? 너나 잘하세요!」,『인물과사상 174권, 인물과사상사, 2012.10, 15-37쪽.

최진석,인문학에 ‘소비’를 묻다: 인문학의 전성시대를 넘어서」,인문학연구17권, 한림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11, 105-128쪽.

김수희,「문화 연구와 고전・인문―《겐지모노가타리》붐과 한국의 인문학 열풍을 중심으로」,『Comparative Korean Studies18권 3호, 국제비교한국학회,  2010, 215-238쪽.

최진석·문화·정정훈 외 2명,불온한 인문학―인문학과 싸우는 인문학』, 휴머니스트, 20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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